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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애아 아버지의 절규” (1981년4월30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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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1,558회 작성일 17-03-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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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누가 죽였나....

“어느 장애아 아버지의 절규”

(1981년4월30일 경향신문)

  

매일같이 신문을 읽을 때면 몇 건씩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를 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사이지 나의 일이 아니다” 라고 무심이 지나치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는 원인이나 동기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나는 뇌성마비 ‘남구현’군이 목매여 자살한 기사를 읽고 가슴이 찟어지는 듯한 슬픔과 분노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누가 남군을 죽였는가?

남군은 결코 자살한 것이 아니다. 남군은 사회가 죽인 것이다. 남군은 일기장에서 “나는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기 싫다. 국어선생에게 맞기도 싫고, 수학선생에게 욕 얻어 먹기도 싫다.” 고 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고 했다.

불편한 몸 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며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던 이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을 왜 사회는 이 세상에서 더 못있게 하고 저 세상으로 떠밀어 보냈는가?

며칠 전에 장황하게 벌어졌던 장애자돕기 운동은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사였고 사회의 저변에서는 장애자를 이렇게 대하여야만 하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체부자유자를 둔 나의 경험을 보더라도 남들은 물론 일가 친척까지도 따뜻한 위로에 앞서 자신들의 자식은 장애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자기 자식들의 훌륭함을 애써 늘어놓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더블어 사회의 냉대에 가슴이 저민다.

 

그러나 장애인 자신이나 장애인 부모는 슬픔을 삼키며 나름대로 불행을 딛고 일어서서 애써 행복을 찾고자 몸부림 칠 따름이다.

남군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모두가 싸늘한 눈살 뿐이었다.

이와같은 일이 생긴것은 모두가 사회책임이며 남군의 주위와 사회가 남군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현사회가 무슨짓을 하든지 나만 잘살고 내가족만 편안하면 되고 남이야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냉정해야만 내가 잘 산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군은 가장 아껴주어야 할 혈육이 “이 바보야, 죽어라” 했다고 일기에

적어놓고 있다. 남들은 물론 형제들 마저도 세상 인심이 이와같이 냉혹하니 남군이 당한 수모는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이 대문만 나서면 위로는 커녕 냉대의 연속이다. 주위에서는 친구되어주길 커려하고 차를 탈때도 배우려고 해도 어느 한곳 반겨주는 곳이 없다.

장애인의 1%만이 복지시설의 혜택을 받는다하니 99%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기구한 운명을 탓 하겠는가. 온 국민은 복지사회를 구현하려는 새시대를 맞아 앞으로 모든 것이 좋아 지리라 믿는다.

 

따라서 장애인문제는 범국민적인 호응과 관심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광범위하고 계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나아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가 다시는 제2의 남군의 슬픔을 막기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치료, 교육, 세제면에서 보다더 세심한 배려와 실천을 해야 하겠다.

“남구현”군의 명복을 빌면서...

  

(뇌성마비복지회 이사 유수명)

(sumyeong0443@daum.net)